[U-20월드컵]‘바르샤 듀오’ 공백이 너무 컸다

입력 2017-05-27 00:20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잉글랜드에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C조 2위와 경기를 갖는다.뉴시스

‘바르셀로나 듀오’의 공백을 소름 끼치도록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은 3만5000여 관중은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선발에서 빠진 한국은 마무리가 부족했다. 한국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패해 조 2위로 밀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잉글랜드(2승1무)에 이어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C조 2위와 8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신태용 감독은 전날 “선수들은 물론 전술도 완전히 바꿔 잉글랜드를 상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잉글랜드는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쓰는 팀이다. 신 감독은 이를 깨기 위해 3-5-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조영욱과 하승운이 최전방에 섰고 한찬희, 이승모, 임민혁을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좌우 윙백엔 우찬양과 이유현이 출격했다. 스리백은 이정문, 이상민, 정태욱이 형성했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하지만 한국은 스리백 전술에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는 약점을 노출했다.

경기 초반 한국은 강한 압박과 빠른 발로 잉글랜드의 숨통을 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잉글랜드의 역습이 날카로워졌다. 한국은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바르셀로나 듀오가 빠진 한국은 확실하게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역습 상황에서 득점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한국은 0-0으로 비긴 채 전반을 마쳤다.

잉글랜드는 후반 3분과 6분, 10분 한국 골지역 인근에서 잇따라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거센 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송범근의 선방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한국은 후반 11분 골문 정면에서 키에런 도웰에게 왼발 슈팅을 허용해 선제골을 내줬다.

신 감독은 곧바로 하승운과 한찬희를 불러들이고 이승우, 이진현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이승우의 발끝에 따라 경기의 고저장단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승우는 잇따라 슛을 날리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승우의 위력을 알고 있던 잉글랜드 수비진이 그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승우와 후반 34분 투입된 백승호를 앞세워 만회골을 노렸지만 체력 저하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잉글랜드 선수들은 과연 달랐다. 피지컬과 개인 기량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봐 걱정이다. ‘16강에 올랐으니 이제부터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고 격려할 생각이다. 16강전 상대는 포르투갈이나 이란이 될 것 같은데, 두 팀 모두 전력을 분석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은 “이승우와 백승호가 출장하자 한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후 두 선수가 선발로 나오는 한국과 경기를 하게 되면 잘 대비하겠다”며 바르샤 듀오를 칭찬했다.

한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조의 다른 경기에선 2패를 기록 중이던 아르헨티나가 기니를 상대로 화풀이를 하며 5대 0 대승을 거뒀다. 기니는 1무2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수원=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