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안돼 꼭 살아있어야 돼” 마지막 문자도 못읽고…

입력 2017-05-27 05:00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세월호에서 발견된 휴대전화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에서 수거해 전문 업체에 의뢰한 휴대전화들 가운데 2대의 복구 결과를 26일 우선 공개했다.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야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있어야 돼” “○○야 헬기에 탔어???”

3년 전 세월호가 침몰해 가던 그 순간, 희생자 중 한 명인 단원고 교사 A씨의 휴대전화에 지인이 남긴 문자메시지다. 복원 과정을 거쳐 참사 1136일 만에 공개된 이 메시지에는 생환을 기원하는 애끓는 마음이 담겼지만 A씨는 끝내 이 문자를 보지 못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26일 전남 목포신항 사무실에서 전문 복원 업체인 모바일랩이 복구한 세월호 희생자의 휴대전화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희생자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전화번호부(255건), 통화목록(4142건), 문자메시지(2952건), 카카오톡(3만1895건), 사진(14만2162장), 영상(8개), 음성(409개) 등이 나왔다.

이 기기의 최종 작동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1분이었지만 A씨는 오전 9시29분까지만 메시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에는 이후에도 “꼭 연락해야 돼” “해경이 경비정 투입했대 ○○야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있어야 돼” “○○야 헬기 탔어???” 등 문자 10여개가 전송됐지만 모두 읽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수신된 메시지는 “나왔어?? 다른 사람 핸드폰으로라도 연락해줘”라는 내용이었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당시 해경에 구조됐다가 이틀 뒤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강민규(당시 52세) 전 단원고 교감이 안개를 이유로 세월호 출항에 반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카카오톡도 발견됐다. 참사 전날인 4월 15일 오후 6시42분과 7시2분 카카오톡은 “안개로 못 갈듯” “교감은 취소 원하고”라고 적혀 있었다.

강 전 교감의 아내는 “평소 성품으로 봐서는 그러고도 남을 분”이라며 “(남편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의 것으로 확인된 다른 휴대전화에는 통화목록(8466건), 문자메시지(5002건), 카카오톡(4만1646건) 등이 담겨 있었는데 최종 정상 작동 시간은 당일 오전 9시47분이었다. 이 휴대전화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로 추정되는 ‘MOM’과 ‘아FA’로부터 오전 9시37분부터 47분까지 2∼5분 간격으로 걸려온 부재중 통화 4통이 남아 있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선체 수색 과정에서 수습한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해 진상 규명에 필요한 단서를 모을 계획이다. 또 복구한 데이터는 유가족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선체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세월호에서 수거한 휴대전화는 87대로 이 가운데 15대를 민간 전문업체에 의뢰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선체조사위는 복원이 완료된 2대의 결과를 이날 우선 공개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다른 휴대전화에서도 데이터 복원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세월호 침수 시각과 이동 경로를 밝히는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안산=김영균 강희청 기자 yk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