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출간 주도 이정동 교수 속편 ‘축적의 길’ 펴냈다

입력 2017-05-29 05:03
이정동 교수가 지난 25일 국민일보목회자포럼(대표회장 김경문 목사)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강연회를 갖고 있다. 그는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 설계 역량이 중요하다”며 “이것은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고도의 경험지식을 확보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힘을 합쳐 2015년 펴낸 ‘축적의 시간’(지식노마드)은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교수들은 한국경제가 혁신의 ‘경험’을 쌓기보다는 선진국 흉내 내기에 급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험’의 체계적 축적을 강조한 메시지는 산업계 안팎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명사들이 이 책을 추천했고, KBS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3월 2부작 다큐멘터리 ‘뉴 메이드 인 코리아 시대-축적의 시간’을 제작·방영하기도 했다.

2년 전 ‘축적의 시간’ 출간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서울대 공대에서 기술경영정책을 가르치는 이정동(50) 교수였다. 그가 이번엔 속편 ‘축적의 길’(지식노마드)을 펴냈다. 전작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축적의 길’ 역시 출간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축적의 시간’이 빨간불이 켜진 한국경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신간에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이른바 ‘개념설계’ 역량을 키워야한다는 메시지가 비중 있게 실렸다.

‘혁신 연구자로서 한국 산업이 가진 문제에 천착하여 그 해법을 내놓고자 하는 소명의식이 모든 일의 출발이었다. 흐릿하게 윤곽만 보이는 어두운 지평을 더듬어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을 문제의식으로 길어 올리고, ‘축적의 시간’이라는 원인을 함께 찾아냈다.’

요약컨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거듭나는,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한 셈이다. 그렇다면 책 제목처럼 앞으로 ‘축적의 길’을 개척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교수는 각 분야 고수(高手)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몰 베팅(small betting) 전략’도 소개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작은 규모로 ‘베팅’하면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 뜻밖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행착오의 귀한 경험이 결국 ‘사람’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선택과 집중, 일시적 단기동원과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버려야 한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