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갑(甲)질’ 근절 조치가 단행된다. 정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책임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에도 적용키로 했다. 하도급 거래에 적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도급 납품단가를 조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 등을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6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위원장은 업무보고 결과 브리핑에서 “유통업계의 불공정한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새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대규모 유통업자가 법 위반 시 직접 피해자에게 최대 3배의 배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을’ 관계에 있는 가맹점이나 대리점 등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하도급법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배상 조건이 되는 행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보복금지 조항도 신설된다. 현재는 하도급법에만 원사업자의 보복조치 금지 조항이 있고 가맹사업법에는 없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하도급 납품단가를 조정할 때 원자재 인상 비용을 반영했는데 앞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용 변동이 있을 때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공정 거래와 갑질 근절 조치에 빠르게 나선 데는 대형 업체가 이익을 독점하는 시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익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가도록 하지 않고는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도 모두발언에서 “지난 13년간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독과점, 담합 구조여서 활력이 떨어지고 ‘상속자의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경제 구조로 굳어졌다”며 “이런 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착화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대형 유통업체도 징벌적 손배제… ‘갑질’ 뿌리뽑는다
입력 2017-05-26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