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인사 원칙 위배 논란에 고개를 숙이고 양해를 구했다. 정부 출범 17일 만에 이뤄진 첫 대국민 사과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모두 위장전입한 사실이 확인돼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직접 유감 표명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다른 내각 후보자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청와대의 실기를 최대한 부각해 인사청문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원칙에 대해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고, 인사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문재인정부는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는 더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널리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 과거 낙마 사례와 견주면 경미하다는 의미다.
임 실장은 특히 인사 검증과 관련해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며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날 회의가 무산됐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인선 발표는 대통령이 하고, 사과는 비서실장이 하느냐”며 “야당 시절에는 위장전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공격하더니 정권을 잡고나서는 슬그머니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특히 청와대가 주요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이를 강행한 것도 문제 삼았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지금 야당이라면 이 후보자는 낙마 가능성이 농후했을 것”이라며 “여당이 되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도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계속 임명하겠다는 일방적 독주와 독선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 대통령의 5대 비리(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연루자 원천 배제 원칙이 부메랑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위장전입이나 세금 탈루는 엄연한 법 위반 사항이어서 인위적으로 후보자별 심각성을 따질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
靑“죄송” 고개 숙였지만… 이낙연 청문보고서 무산
입력 2017-05-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