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6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발언 공개 비판은 최대 국정과제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재계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재계와의 샅바싸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노사정 대타협 논의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직후부터 공약 이행에 속도를 냈다. 1호 업무지시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 발표도 이끌어냈다. 일자리 동향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일자리 상황판도 청와대 집무실에 만들었다. 관련 지표 18개 중에는 대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도 포함됐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일자리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문 대통령에게 김 부회장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반대’ 발언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경총을 겨냥해 “사회적 양극화 당사자의 한 축으로서 성찰과 반성부터 하라”고 비판한 것도 김 부회장 발언을 재계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문 대통령 임기 5년간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동일노동·동일임금 등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차별 해소 과정에도 재계의 전폭적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김 부회장의 발언은 지극히 편협한 발상이자 현실을 오독한 것”이라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경영계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는 기업적 입장의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며 “비정규직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 우리 경제의 왜곡된 구조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동의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마치 무산시키려는 태도는 우려스럽다고 판단했다”고도 말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도 화력 지원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재계도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 한다”며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적으로 가져오는 게 개혁이다. 거기엔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재벌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으로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는데도 그대로 가야 한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못박았다.
일각에선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할 경우 재계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 요구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문재인 대통령, 재계 저항 차단 ‘일자리 드라이브’
입력 2017-05-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