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및 인준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내부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결격 사유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들 병역면제 의혹에 이어 위장전입 문제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당내 부적격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당직자는 26일 “이 후보자는 낙마와 통과의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기자들을 만나 “국가적인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인준과 정부 조각이 이른 시일 내 마무리되도록 해주는 게 국회의 소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다른 호남 출신 중진 의원은 “국민의당이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외면하기는 어렵다”며 “당 지도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당 회의에서 “개업식에 와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은데 물건에 하자가 너무 심해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그런 딜레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에는 물건을 파시는 분이 뭔가 해명을 좀 하셔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5대 비리 연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이미 깨졌다는 취지다.
당 지도부는 전날 저녁 늦게까지 대책회의를 한 데 이어 26일 오전까지도 논의를 이어갔지만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다. 오는 2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당 핵심 관계자는 “인사청문보고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적격’ 의견과 국민의당 등에서 낸 부적격 의견을 병행해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준 여부는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또 인사청문보고서에 책임총리 역할 보장 등을 명기하는 조건을 걸기로 했다.
이날 박 비대위원장이 취임 인사차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가난한 집 의좋은 형제가 서로 쌀가마니를 몰래 갖다놓던 일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어 “형제들은 우애가 좋으면서도 싸울 때는 아주 맹렬히 싸운다”고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총리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묘한 기류
입력 2017-05-26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