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눈높이 못 맞춘 인사” 공식사과한 청와대

입력 2017-05-26 17:31
청와대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그의 언급은 야당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보류하고 있는 데 대한 답변 성격이다. 청와대가 일부 부정적 여론과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곧바로 사과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몇몇 후보자 사례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관련자는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 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후보자의 경우 사전 검증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문제가 걸려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두 차례 위장전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의 필수품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임 실장이 “빵 한 조각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말한 대목은 매우 우려스럽다. 앞으로 후보자의 관련 사안별로 인사 원칙을 달리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발언은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 인사가 계속된다면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출범 당시 6명의 후보자 또는 내정자가 낙마한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목도한 바 있지 않은가. 선거 때 표를 겨냥한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면 좀 더 현실적인 세부적 인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반 사항이라도 시점과 의도에 따라 참작할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게 인사다. 물론 결정적 하자가 드러난 사람을 기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