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대북 인도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민간단체의 북한주민 접촉이 승인된 것은 지난해 1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민간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을 맞아 말라리아 방역 시기의 시급성과 접경지역 남북 주민의 보건상 필요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과 접경지역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 재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통일부에 접촉 신고를 했다.
통일부가 접촉신고를 승인하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측에 팩스나 메일 등을 보내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 등을 본격 논의한다. 공동방역사업은 휴전선 인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북한에 진단키트, 방역차량, 구제약품 등을 전달하는 사업이다. 2008년 5월부터 진행했지만 천안함 폭침 등 남북관계 악화로 2011년 8월을 마지막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공동방역사업과 별개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등 이 단체 대표단의 방북문제도 논의한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정치적 고려와 별도로 인도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 구체화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제 고작 한 발짝 내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접촉신고를 했던 나머지 단체들에 대한 승인도 잇따를 전망이다. 현재 북한 어린이 대상 보건·영양·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어린이어깨동무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 20여곳이 접촉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접촉신고 이후엔 방북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북 신청 역시 현재로선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음달 6·15공동선언 17주년 행사의 북측 개최를 앞두고 방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접촉신고를 승인한 것은 인도적 지원과 북핵 문제를 별개로 취급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외교·안보 라인에 ‘대화파’를 전진 배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와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내 인도적 지원이 활성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인도적 지원 외에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사회·문화 교류 등으로 교류 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이 당장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도적 지원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동참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돈이 오가는 경협의 경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통일부 역시 “핵·미사일 진전에 따라 장기적으로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
정부, 민간단체 대북접촉 승인… 남북교류 신호탄 되나
입력 2017-05-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