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었지만 잘 던졌다 류, 빅리그 첫 불펜 등판… 첫 세이브

입력 2017-05-26 21:21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미국프로야구(MLB) 정규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6회 중간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AP뉴시스

낯설었지만 잘 던졌다. LA 다저스 류현진(30)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 경험한 불펜에서 쾌투를 펼치며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 6회초 등판, 4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류현진이 2013년 빅리그에 진출한 후 불펜 투수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로 범위를 넓혀보면 류현진은 2011년 10월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6년 만에 불펜으로 나왔다. 세이브는 2006년 10월 2일 잠실 두산베어스전 이후 햇수로는 약 11년 만에 올렸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후 7시즌 190차례 등판하는 동안 단 9회만 불펜으로 나왔다. 류현진의 불펜 성적은 1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이었다. 그만큼 불펜 보직은 그에게 흔치 않는 일이었다.

류현진은 전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그를 롱 릴리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전격적으로 불펜에 등판했다. 하지만 동요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에 따라 다저스는 당분간 류현진을 불펜으로 계속 기용할 계획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에다와 류현진의 조합이 치명적이었다”며 “류현진은 며칠 내로 다시 불펜에서 경기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마에다와 류현진은 일반적인 선발·구원투수 조합 같지 않지만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제압했다”고 총평했다.

선발진에서 탈락했고 함께 경쟁했던 마에다의 승리를 위해 등판하는 등 자존심이 상할법 했지만 류현진은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취재진에 “나오는 모습이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오승환형 같지 않았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류현진은 “누구나 선발로 던지다 불펜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구단 결정을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내려왔지만 몇 게임 지나다보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발 복귀 각오를 다졌다.

류현진도 선발 재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속구 구사를 대폭 줄이고 변화구로 상대를 요리하는 제구력을 가다듬고 있다. 실제 류현진은 이날 던진 51개의 공 중 변화구를 무려 40개(78.4%)나 던졌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2014년 8월 8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1022일 만에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