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이상민, ‘2017 홍명보’를 꿈꾼다

입력 2017-05-27 05:00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주장 이상민이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 이상민은 대표팀 내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신태용호의 상승세를 돕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2 한·일월드컵의 홍명보(48)와 2010 남아공월드컵의 박지성(36), 2012 런던올림픽의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이들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인 주장이었다. 홍명보는 ‘히딩크호’에서 4강 신화를 썼다. 박지성은 ‘허정무호’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구자철은 ‘홍명보호’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2017 U-20 월드컵에선 ‘신태용호’의 이상민(19)이 위대한 캡틴의 계보를 잇겠다고 나섰다.

한국 U-20 월드컵 대표팀의 주장이자 수비진 리더인 이상민은 지난 20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기니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실점 승리(3대 0)에 힘을 보탰다. 또 23일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도 후반 상대의 거센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2대 1 승리를 지켜냈다.

이상민은 최근 “롤모델인 홍명보 감독님처럼 주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 수비가 안정돼야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은 홍명보와 닮은 점이 많다. 둘은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았으며, 포지션도 중앙 수비수로 똑같다. 의젓한 성격과 강한 카리스마도 닮았다.

동료애 역시 남다르다. 동료애를 보여준 일화 하나. 지난 3월 27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4대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에서 당시 수비수 정태욱은 공중 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와 충돌, 그라운드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러자 이상민은 정태욱의 말린 혀를 빼 기도를 확보한 다음 인공호흡을 했다. 덕분에 정태욱은 치명상 없이 건강을 회복했으며 이번 대회에서 이상민과 함께 한국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공격을 강조하는 신태용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 왔다. 하지만 이상민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이번 대회에서 이런 인식을 깨고 있다. 188㎝, 77㎏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이상민은 상대 공격수들과의 공중 볼 경합에서 우위를 보이고 빌드업(수비수가 볼을 팀 동료에게 연결해 상대 진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도 능하다. 다른 수비수들과 소통도 잘한다.

이상민의 리더십 비결은 평소 솔선수범하는 자세다. 그는 “경기장에서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선수는 한 명밖에 없다”며 “주장이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선수들도 나를 믿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은 2013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예선을 통해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AFC U-16 챔피언십 본선, 2015 FIFA U-17 월드컵 본선, 2016 AFC U-19 챔피언십 본선 등 큰 대회를 거치며 성장했다. 2년 전 칠레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에 모두 출전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상민은 칠레 U-17 월드컵 때의 아픔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기니를 꺾고 잉글랜드와 비겨 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약체로 평가받은 벨기에에 0대 2로 패해 귀국길에 올랐다. 이상민은 “주장으로서 더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끌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2년 전의 아픔이 이상민과 대표팀에게 보약이 될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