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풀고… ‘셀프 커피’ 마시며… “격의 없이 토론하자”

입력 2017-05-26 05:0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새끼 딱새들 모습. 문 대통령은 이 사진과 함께 “관저 창틈에 둥지를 틀고 있던 딱새 새끼들이 성장해서 날아갔다”며 “22일에 독립한 딱새 새끼 6마리가 잘 살기를 기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덕분에 방안에만 머물렀던 ‘찡찡이’(문 대통령의 반려묘)의 출입제한 조치가 풀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트위터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 중추가 될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처음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대통령이 정보가 많을 것이란 선입견을 갖지 말라”며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의무이며, 반대 의견도 (각 부처에) 함께 나가도 좋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수보회의를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시 방편으로 여기지 않고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보회의를 소집하고 “정책의 잘못된 방향을 한번은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인데,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소수의견을 내도 되느냐’는 전병헌 정무수석의 질문에 “미리 정해진 결론도 없고, 격의 없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반대의견도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주무 비서관도 회의에 참석해 언제든지 발언해도 된다”며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말씀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2004년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병, 2006년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거론하며 “청와대도 정책, 안보, 정무 간 칸막이가 생긴다. 수보회의에서 함께 공유하고 논의해 이를 허물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2건의 논의 안건과 4건의 보고 안건, 1건의 기타 안건이 올라왔다. 논의 안건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 및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안 등 대통령과 참모진이 정책 방향을 논의할 만한 현안으로 구성됐다. 평창올림픽의 경우 국민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하면서 관심이 떨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청와대는 대회 성공을 위해 추진 공정을 점검하고 예산 확보 및 사후 활용 방안 등을 강구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북한 선수단 참여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확보를 위한 추경에 대해선 6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추경안을 작성,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보고 안건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특수활동비 감축(이정도 총무비서관), 국민인수위원회 운영계획(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주요 경제 상황(김수현 사회수석) 등 각 비서실 주요 사안이 논의됐다.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현재 미국과의 일정 및 회담 의제 조율 상황이 보고됐다. 국정기획인수위원회의 국민참여 기구인 국민인수위원회의 경우 사회 곳곳의 불공정 요소에 대한 신고를 받아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김 사회수석은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청년실업이나 고령화 문제 등은 여전히 악화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또 기타 안건으로 올라온 2023년 세계 잼보리대회 전북 유치에 대해 범정부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이 모두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하는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독려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