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서울역 서쪽의 낙후된 동네인 중림동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다. 시는 중림동 일대 50만㎡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에 2019년까지 총 178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중림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을 25일 발표했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서울로 7017의 끝 지점인 서울역 서부 인근부터 충정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 450m 구간의 보도를 확대해 ‘중림로 보행문화거리’로 연내 조성한다. 또 가장 오래된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의 진입로를 정비하고 전망대를 개선해 명소화하고, 손기정체육공원∼약현성당∼염천교 제화거리∼서소문역사공원으로 이어지는 1.5㎞ 길이의 ‘중림 역사문화탐방로’를 만든다.
중림동 재생사업의 하이라이트는 손기정체육공원의 재단장이다. 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의 기념관이 있는 손기정체육공원을 서울역 서쪽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역사 콘텐츠로 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손기정&남승룡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로 7017 브랜드 디자인에 참여했던 디자이너 오준식씨가 총괄한다. 오씨는 “현재 거의 찾는 이가 없는 손기정기념관을 개조해 한국 마라톤의 역사와 영웅들을 기념하는 공간이자 달리기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성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기정기념관 내부는 베를린올림픽 경기장인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모티브로 한 타원의 공간으로 조성하고 그 중심에 그동안 창고에 방치됐던 손기정 두상을 배치한다. 또 손기정의 대표 이미지를 찾아 인물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인물 브랜딩’을 진행하고 손기정의 조력자들과 나치 올림픽이었던 베를린 올림픽 이야기, 일제강점기 한국 마라톤의 역사 등으로 손기정 관련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다.
특히 베를린올림픽 당시 손기정과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를 ‘비운의 2인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영웅’으로 복권시킨다. 오씨는 남승룡 복권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기정체육공원에는 인상적인 디자인의 육상 트랙들이 새로 만들어진다. 트랙 중 일부 구간은 벽으로 둘러쳐져 손기정과 남승룡이 달리던 시대의 중압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서울로 7017 개장으로 인한 인근 지역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문제에 대해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사업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인데 중요한 것은 양과 속도”라며 “건물주나 상인들과 주민협의체를 만들어서 상생협약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중림동 일대 50만㎡ 2019년까지 ‘도시재생’ 나선다
입력 2017-05-2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