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뜨니 ‘마오타이’ 몸값도 뜬다?

입력 2017-05-26 05:0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중국 최고급 명주 마오타이(茅台)가 되살아나고 있다.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가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자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5일 현재 마오타이 공식 판매 사이트에서 대표 상품인 53도짜리 ‘페이톈(飛天) 마오타이(500㎖)’는 1299위안(약 21만원)에 나와 있다. 하지만 당장 살 수는 없고 결제 후 30일 이내에 물품이 발송되고 배송도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5월 초만 해도 1119위안(약 18만원)에 2병 한정 판매였지만 지금은 가격도 오르고 즉시 구매할 수도 없다.

현재 시중에서 마오타이의 시가는 2000위안(약 32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대형 슈퍼나 주류점에서는 마오타이를 구할 수도 없다. 마오타이는 오래될수록 고가여서 2003년산은 4000위안(약 65만원)이고 60년대 생산된 것은 10만 위안(약 1628만원)을 넘는다. 마오타이의 미래 가치를 생각하며 금이나 부동산과 같은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저우언라이 총리가 대접했던 술이고, 미국을 방문했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에게 연거푸 마시게 해 취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설로 남아 있다. 2015년 시 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과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대만의 ‘진먼 고량주’에 맞서 시 주석이 내놨던 술이 바로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는 부패와 사치의 상징이기도 했다. 마오타이는 고가인 데다 부피도 크지 않아 뇌물로 자주 활용됐다. 중국에는 “마오타이를 사는 사람은 마오타이를 마시지 못하고 마오타이를 마시는 사람은 마오타이를 사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마오타이는 공식 연회나 식사 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방영됐던 CCTV의 반부패 다큐멘터리 ‘영원히 계속된다’에서 한 국영기업 회장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물병에 마오타이를 담아 마셨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최근 반부패 분위기가 누그러들면서 서서히 마오타이가 해금(解禁)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은행 간부의 말을 빌려 “최근 사업상 연회나 고위 공직자 접대 자리에서 마오타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오타이 제조사인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반부패 운동이 한창이던 2013년 118위안(약 1만92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4일 현재 450위안(약 7만3200원)까지 치솟아 4배 가까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주가가 500위안, 내년에는 600위안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반부패 운동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어서 마오타이의 인기 추세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