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대통령 되겠다”… 에콰도르 대통령 취임

입력 2017-05-25 20:10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신임 대통령(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수도 키토의 의회에서 대통령을 상징하는 어깨띠를 두르고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왼쪽은 이날 퇴임한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AP뉴시스

‘휠체어를 탄 정치인’으로 불리는 레닌 모레노(64) 에콰도르 신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총격으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긍정적 에너지로 이를 극복하고 국가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모레노 대통령은 수도 키토에 있는 의회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우리는 다른 에콰도르를 만들었다”며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을 존경하고 국민에게 빚을 졌다는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상징하는 어깨띠를 건네자 시민들이 환호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사업가이자 행정가였던 그는 1998년 쇼핑몰에서 강도가 쏜 총에 허리를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크게 낙담한 그는 사고 첫해 두문불출하며 실의에 빠졌지만 이후 웃음치료에 관심을 가지며 아픔을 극복했다. 웃음의 효능을 전파하는 ‘이벤타(Eventa)’ 재단을 설립하고 관련 책을 저술하면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그는 2007년부터 6년간 전임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하며 장애인 지원에 앞장섰다.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됐다. 이날 취임식에도 장애인들이 초대돼 멋진 축하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중도좌파 성향인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51.16%를 득표해 우파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를 2.32% 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퇴락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 있는 당선이었다. 그는 주거, 교육 등 저소득층의 사회보장과 일자리 창출, 열린 정부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레노 정부 앞에는 긴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원유값 하락 여파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에콰도르의 경제성장률이 -2.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좌우로 팽팽히 나뉜 민심을 통합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