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불평등… 상위 20% 소득, 하위 20%의 5.45배

입력 2017-05-26 05:00

한동안 좁혀지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세 가지 지표인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모두 개선에서 악화로 방향을 틀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고령자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임대료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인 고소득층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한계형 자영업자 등으로 몰리는 저소득층의 현실이 빚어낸 상황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니계수는 세금 등을 제외한 가구별 실질소득인 처분가능소득 기준 0.304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0.009포인트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보는 지표다. 2011년 이후 4년간 감소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최초로 0.300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양상이 달랐다. 일할 수 있는 나이인 근로연령층(18∼65세)의 지니계수는 0.279인 데 비해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은 0.387로 큰 격차를 보였다.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의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5.45배로 전년 대비 0.34배 포인트 늘었다. 2009년 5.75배에서 매년 줄어들다가 지난해 급격히 늘어났다.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근로연령층은 4.48배인 데 비해 은퇴연령층은 7.86배로 더 높았다. 상위 20%가 786만원의 실질소득을 벌었다고 가정할 때 하위 20%는 100만원밖에 벌지 못한 셈이다.

하위 50% 소득자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4.7%로 전년 대비 0.9%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7.7%로 전년 대비 2.0% 포인트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 1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원인으로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시·일용직 감소로 인한 고용둔화, 자영업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 등으로 인해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같은 거시정책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