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25일 열렸다. 이전 수석비서관 회의가 청와대 직제 개편으로 보좌관이 신설되면서 명칭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 주재로 비서실장과 수석 등이 참석하는 형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청와대 본관이 아닌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지고 있는 ‘파격’의 연장선이었다.
문 대통령의 회의 진행과 참모들의 발언은 박근혜정부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우선 대통령은 청와대 내 칸막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책, 안보, 정무의 칸막이로 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청와대 전체가 알아야 할 사안은 보고 안건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과거에 회의가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는 잊어 달라. 문재인정부에서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다함께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이 끝나자마자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까?”(비서실장), “소수의견 얘기해도 됩니까?”(정무수석)라는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대통령 지시가 나가버린다. 이견 제기는 의무다. 참석한 사람은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회의 내용은 정리해 배포될 것이라며 “받아쓰기는 이제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직전 청와대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시를 쏟아내고 수석들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받아쓰기에 몰두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3무(無) 회의’라고 했다. 받아쓰기와 사전 결론이 없고 ‘계급장(직급)’도 없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대통령은 앞으로 국무회의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수석보좌관 회의는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격의 없이 토론하고 쌍방향 소통을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일회성, 단기간에 그치지 말고 이런 회의 문화가 임기 내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시급하게 결정돼야 할 현안이 있을 때는 회의가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어할 필요가 있다. 3무에다가 효율성까지 갖춰지면 더 좋을 것이다.
[사설] 3無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알맹이도 풍성해야
입력 2017-05-25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