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환] 우리 치즈를 즐기자

입력 2017-05-25 17:38

낙농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라면 단연 치즈다. 치즈는 우유, 산양유 또는 기타 포유류의 젖을 응고시켜 만든 고체 음식을 말하는데 제조방법이나 원재료의 특성에 따라 종류가 1000가지가 넘는다.

치즈는 수천 년 전 우유를 운반하던 중 효소(레닛)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에는 1967년 벨기에 출신 디디에 세르스테반스(한국이름 지정민) 신부가 전북 임실에서 최초로 생산하였으며, 올해로 50주년이 된다. 이후 국내 치즈 제조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보편화돼 지금은 낙농조합, 유업체 또는 목장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치즈가 만들어지고 있다.

치즈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유 10㎏이 필요하다. 원료유로부터 치즈를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영양 가치가 높고 귀중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치즈에 함유된 칼슘은 성장기 어린이의 골격 형성, 중장년층의 골다공증 등 뼈 건강에 효능이 탁월하다. 그 외에도 당뇨병 및 충치 예방, 소화력 향상, 눈 건강과 숙면에 도움이 되는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최고 54% 발생위험이 낮아졌다는 결과가 보고 되기도 했다.

치즈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소비량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밥, 라면에 곁들이기도 하고, 심지어 맨밥 위에 뿌려서도 먹는다. 기호식품의 영역에서 국민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치즈 소비량은 14만760t으로 역대 소비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즈 생산에 드는 우유의 양을 감안했을 경우 우리나라에서 1년간 생산되는 우유 207만t의 7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문제는 치즈 국내 소비량이 늘고 있지만 국내산 치즈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치즈 대부분이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낙농 선진국과의 FTA 체결로 인한 외국산 치즈의 범람 속에 국내산 치즈는 전체 소비량의 약 6.7%에 그치고 있다. 자칫하다간 국내 낙농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어 낙농가에겐 오히려 새로운 걱정거리다. 우리 우유로 만든 치즈가 많이 소비된다면 낙농가를 도울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잠시 감소하는 듯했던 원유 재고가 최근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있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농협은 작년부터 우유자조금과 공동으로 국내산 우유와 치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우유의 날 & 국내산 치즈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오는 27∼28일 서울 양천공원에서 개최된다. 1A 등급 비율이 91% 이상인 국내 고품질 우유로 생산되는 다양한 치즈를 소비자와 함께 보고,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임실치즈를 비롯한 국내 낙농조합과 유가공 목장에서 만든 우수한 품질의 치즈가 다수 전시, 시식돼 평소 우리 치즈를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처럼 애국심에 의존해 국내산 소비를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우리 치즈는 외국산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적어 몸에 좋고, 담백한 풍미가 일품인 것이 특징이다. 신토불이라고 하는데 치즈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 주말은 가족과 함께 국내산 치즈 한마당에서 맛있는 우리 치즈를 맘껏 즐기며 5월 나들이를 마무리하고 우리 낙농 농가에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를 부탁드린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