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산업 대비한 교육, 이대로는 답 없다

입력 2017-05-28 19:12

최근 교육계를 중심으로 ‘4차 산업시대의 교육’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 내용은 변함이 없다. 포장지만 달리 했을 뿐 알맹이는 같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교육과정 속에서 4차 산업의 핵심 교과인 ‘정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4차 산업을 맞아 필요한 교사 양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6년간 총 5892시간의 수업이 이뤄지는데, 소프트웨어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은 17시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체 수업 대비 0.29%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수업은 2차 산업시대와 연관된 내용을 순서만 바꿔 다룬다. 소프트웨어는 그저 실과 교과 안에 포함된 한 단원에 머물고 있다.

중학교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총 3366시간의 수업 가운데 정보는 34시간에 한해 배울 수 있다. 1%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프트웨어 교육에 투자한다고 하니 소규모 중학교 중에서는 아예 담당교사가 없거나 한 교사가 여러 학교를 순회해야 하는 실정이다. 진로 상담을 하더라도 정보 관련 전문 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가 많아 학생들의 상담 수요를 채울 수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정보는 기초교과(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또는 탐구교과(사회, 과학)에 속하지 않았다. 생활교양(제2외국어, 한문, 교양, 기술가정)의 기술가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고교에서는 정보 교과가 무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초·중·고교에서 보내는 12년에 걸쳐 소프트웨어 교육을 51시간 이수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교육이 과연 4차 산업을 대비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학에서조차 정보 관련 교양 수업의 내용이 소프트웨어 사용법 위주로 전개되거나 미국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스크래치 언어 등으로 꾸려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교육지침이 마련됐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컴퓨터 교육을 1시간씩 실시했던 것처럼 미래 사회를 위해서라면 소프트웨어 및 정보 교과의 기틀을 만들고, 공교육을 통한 주요 과정으로 이끌어 가는 계획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되겠다.

김갑수 (한국정보교육학회 회장·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