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 철학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왜 가르치고 또 가르침을 얻은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놓고 그 대답의 끝은 입시 경쟁에 치우친 현실에 갇히고 만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론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는 교육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교육 시스템 개선의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 가는 목적은 무엇인가’라며 되물었다. 권 교수는 “현재로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있고, 고등학교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있는 것일 뿐”이라며 “역량과 비전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자는 구호만 크고, 정작 이를 지탱할 교육 철학은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령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교육과정 안에 담아야 하며, 고등학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고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2년간 학생이 중점과목을 선택하고 학교는 해당 과목에 대해 2배에 달하는 시간과 점수를 지원하고 반영하는 독일 시스템을 ‘철학 실천’의 본보기로 들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선발을 목적으로 한 평가 중심 체제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심을 연속적으로 이끌고 이어가면서 관련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논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57년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을 때 충격을 받은 미국의 결단을 상기했다. 당시 미국은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학문 중심’ 교육제로 체제 전환을 꾀했다. 김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지식의 본질을 알고 재구성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소장 역시 “평가와 함께 서열화 된 결과로 귀결되는 체제를 개선해야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점수로 학생을 구분 짓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역량 및 성취도 파악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좋은 수업’은 현재의 수업방식을 반대로 적용하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미래 인재’ 육성은 결국 학교 수업에서 시작된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같은 것을 바라보도록 같은 교육을 시키고 난 뒤 독창적이고 열린 생각을 지닌 인물을 찾는 어불성설은 이제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4차산업시대 대비 미래인재 양성 어떻게… “교육본질 되살리는 개혁정책 마련해야”
입력 2017-05-28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