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전주완주임실지사에서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유한식(68·사진) 한국농어촌공사 감사가 마련한 ‘청렴제일 TALK’다. 행사에서 유 감사는 청렴을 주제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껏 소통했다.
유 감사는 이날 “청렴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을 바꿔야 이뤄질 수 있다”면서 “직원 개개인이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회사도 발전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유 감사는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완주군 고산면의 대아저수지를 방문, 관계자들에게 농업용수 공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유 감사의 행보는 늘 이런 식이다. 그는 직원들의 감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소통부재를 해소하고자 전국의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 덕분에 유 감사 부임 이후 1년 4개월여가 지나면서 공사에는 종전의 상명하달식이나 적발식 위주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여 년 공직생활을 한 유 감사는 자신의 공직철학인 ‘깨끗하게! 공정하게! 당당하게!’를 공사 내에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 감사의 공직생활은 농업·농촌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왔다. 1977년 충남 연기군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농촌진흥청 농촌지도관, 충남농업기술원 작물지도·사회지도과장, 연기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우연하게 연기군수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되고 재선까지 한 뒤 초대 세종시장도 역임했다. 연기군수로 있던 2009년 이명박정부가 세종시의 대안으로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생명을 건 단식투쟁으로 맞선 일화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다음은 유 감사와의 일문일답.
-한국농어촌공사 감사로 일해 온 소감은
▶취임한지 1년 4개월 정도 지났다.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우리 공사로도 많은 변화를 가진 시간이었다. 그 동안 공사가 농어업인은 물론, 국민에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고,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또 6500여 임직원들이 수긍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취임 후 현장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직접 전국 사업현장을 찾아 공사 위상 개선과 관성 척결을 위한 청렴의식 고취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현장 직원들과 만나면서 좋은 생각은 나누고, 과거의 타성은 버리며, 어려운 농어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자부심은 키워주기 위해서다.
또 감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고취하고자 부패위험 개선운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최근 들어 직원들이 고민 상담을 해오고, 내가 취임하기 전보다 외부감사에 적발되는 사례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최근 공공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감사업무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데
▶청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기업의 존립가치를 나타내는 최우선 순위가 됐다. 이는 과거의 관성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업무자세를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제도적으로는 공직자윤리법(83년), 정보공개법(98년), 행정규제기본법(98년), 부패방지법(02년), 청탁금지법(16년) 등 관련 법령이 연달아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은 업무 수행의 기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사 입장에서도 임직원의 마음가짐부터 업무수행 사후관리까지 사회적 기대수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경영의 한 축으로 감사업무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부정부패의 사전예방 차원에서 법규 등 정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과거에는 공사에서 법규·지침 등을 만드는데 업무 관할부서의 역할로 인식되고 감사실의 입장에서는 사후에 지적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래서 부정부패 관련 법규 등이 불완전해서 현장직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다가 종종 사고가 발생했다. 직원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는 당연히 장려하고 응원해야겠지만 애매한 규정으로 인한 피해는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취임하면서 각종 법규·지침·제도 등을 제정하는데 감사실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부정부패의 사전예방은 물론, 업무표준화로 업무혼선도 방지하고 국민 불편 해소와 신뢰성을 높여 공사 업무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평소 현장방문을 통한 사전 감사컨설팅을 중요시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우리 공사는 전국적으로 4원·9지역본부·81지사·7사업단이 있으며 전체 인력의 85% 이상이 지방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전국 농어촌지역에 각종 사업현장이 있으며, 대표적인 사업 종류만 100여 개에 육박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상임감사로 취임한 후 조직의 특성을 파악함과 동시에 현장과 소통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40여년간 공직생활에서 체득한 나만의 공직철학인 ‘깨끗하게! 공정하게! 당당하게!’를 공사 내에 확산하고자 취임 직후 전 직원 대상의 청렴결의대회를 주도하고 114회에 걸쳐 업무 집행부서를 방문해 청렴을 강조했다.
업무 집행부서 방문 시 여러 임직원들의 고충 및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관들을 통해 제도개선 및 시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공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 만족도 조사결과 83.4점으로 전년 대비 0.9점 상승했다.
-농어촌공사 상임감사로서 향후 포부는
▶이제 공식적인 임기가 9개월 남짓 남았다. 남은 기간 40여 년간의 공직생활에서 체득한 경영감각과 경험을 최대한 쏟아 부어 우리 공사가 글로벌 공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아울러 퇴임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농업공무원, 행정수장 및 공공기관 상임감사로 한층 발전된 역량을 다시 한번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ukinews.com
[감사 초대석-유한식 한국농어촌공사 감사] “공정·투명성은 기업 존립 좌우하는 최우선 가치”
입력 2017-05-28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