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60) 성신여대 안보학 교수, 2차장에 김기정(61)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북핵 및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상외교에 대응할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 인선이 마무리됐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과거 보수정권 9년과 달리 ‘대화파’가 장악하게 됐다. 현직 외교관들과 북한에 강경 입장을 고수했던 군 출신 인사들도 배제됐다. 이상철 1차장은 군 출신이지만 6자회담을 비롯해 북한 관련 회담에 수차례 참여했던 북한통이다. 김기정 2차장은 2012년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을 도왔던 학자 출신이며, 앞서 임명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외교관 출신이다. 박근혜정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주전파’였던 김장수·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용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차장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북핵 문제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실무를 겸비한 국방 전문가이며 김 차장은 한반도 평화 문제를 연구해 온 외교정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당초 국가안보실장과 1, 2차장 모두 문재인정부의 문민화 기조에 따라 민간인 출신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잦아지면서 군 출신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정의용 실장도 지난 21일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우리 안보 상황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군에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계신 분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차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임한다. 안보전략·국방개혁·평화군비통제비서관의 보좌를 받는다. 전남 나주 출신인 이 차장은 육사를 거쳐 국방부 북한정책과장과 군비통제차장을 지냈다. 6자회담 국방부 대표, 국방부 남북 군사실무회담 및 장성급회담 대표 등을 역임해 북한 사정에 정통하다.
2차장은 외교정책·통일정책·정보융합·사이버안보 등 4개 비서관을 통할한다. 전 정부의 외교안보수석 역할도 겸한다. 김 차장은 미국 조야에 두루 밝은 정치외교 전문가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싱크탱크 등과 접촉하는 등 문 대통령의 외교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 싱크탱크 국민성장에서는 연구위원장을 지냈다. 고향은 경남 통영이다.
김기정 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당장 대화 국면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다. 일단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화 조건을 조심스럽게, 미국과 정책 조정과 협의를 통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게이지먼트(관여)에 관한 미국 입장도 있기 때문에 방법과 시기, 조건을 우리가 미리 좀 생각을 해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그것은 그다음 문제”라고 했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대화 위주 라인업이라는 지적에 대해 박 대변인은 “국방안보와 외교 전문가를 임명했다고 대화만 강조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 군사국방안보 측면과 다각적인 국제공조 속에서 북핵 문제가 다뤄져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안보 개념이 전통적 국방안보뿐 아니라 다각적 공조로 북핵 문제를 푸는 외교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장됐고 종합안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정부 외교안보 라인 ‘대화파’가 장악했다
입력 2017-05-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