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가 관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연간 10만원을 쓸 수 있는 카드(사진)를 일괄 지급한다. 대상이 특정 연령에 국한되고 용도가 문화·예술·체육 활동, 진로 체험 등으로 제한되긴 했으나 아동·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일괄적인 복지수당이라는 점에서 국내 최초의 아동수당 혹은 청소년수당으로 볼 수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2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성북구에 거주하는 중1 학생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13세 청소년까지 포함해 총 3900여명에게 연간 10만원을 적립한 ‘아동·청소년 동행카드’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대상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이 6월부터 거주지 동주민센터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상·하반기 각각 5만원씩 적립된다.
아동·청소년 동행카드는 성북구 내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서점(참고서 등 교과 관련 서적 제외), 체육시설, 스포츠 관람, 문화·예술·체육분야 학원 및 교습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단 영화관은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구청이나 주민센터, 도시관리공단, 문화재단,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관련 유료 프로그램 참여시 사용할 수도 있다.
김 구청장은 아동·청소년 동행카드 사업의 목적을 “아이들의 놀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고, 방과후 활동을 지방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발급 대상을 중1로 잡은 것은 이들이 자유학기제 실시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자유학기제라는 게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아이들이 좀 쉬고, 놀고, 진로 탐색하라는 것 아니냐”며 “그런 활동들을 구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북구는 이번 사업에 예산 4억원을 편성했다.
보건복지부는 협의 과정에서 소득분위별로 카드를 선별적으로 지급할 것을 성북구에 요청했다. 그러나 성북구는 동행카드가 아동·청소년의 놀권리 차원에서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연령 전체에 똑같은 금액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문화누리카드 등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지원 제도는 있지만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성북구의 동행카드가 처음이다.
김 구청장은 “동행카드가 더 많은 아동·청소년들에게 확대되고,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한 만큼 새 정부에 정부 차원의 전국적 사업으로 시행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도 7월부터 중1 학생 대상 연간 10만원 카드 지급을 시작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아동수당 실험 시작… 성북구, 年10만원 카드 지급
입력 2017-05-24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