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43)는 3년 전부터 인천의 민간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벌써 두 번째 어린이집이지만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첫 번째 어린이집에선 원아 2명이 그만두자 정부 지원금이 줄어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금 일하는 곳은 그나마 규모가 크지만, 지난해부터 종일반 강화로 근무시간이 늘었다. 시간외수당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일반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면 월 2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A씨는 흔들리고 있다.
보육과 간병, 장애인 돌봄 등은 대표적 사회서비스다.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복지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서비스의 대부분이 민간에 떠넘겨져 있다. 사실상 방치 상태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공약인 ‘81만개 공공일자리(34만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힘을 내려면 민간에 위탁된 사회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질을 높이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전담 10%도 안 돼
24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장기요양 40만개, 보육교사 28만개, 장애인 활동보조 5만5000개, 노인 일자리 지원 41만개 등 100만개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이 중 국가나 공공 영역에 속한 이는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사회서비스시설 중 국공립 시설 자체가 5% 이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바우처를 통해 수가를 지원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민간 시장에 위탁하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정확치 않은 수치다. 관련 통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다.
이렇다 보니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질 낮은 일자리’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돌봄·복지 서비스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시간제·비정규직 비중도 높다. 정부 바우처로 수가를 지원받는 영세 업체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인건비부터 낮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기관 실태를 조사·분석한 결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 중 개인사업체가 71.3%를 차지했다. 고용 인원 기준으로는 5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체가 53.0%로 가장 많았다.
‘공단’ 설치 vs 민간 질 제고
그런데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59만명 수준이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185만1000명까지 급증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평균 16.7명으로 제조업(8.8명)보다 훨씬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동일한 재원을 투입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교육·보건·사회서비스에서 한층 큰 셈이다.
문 대통령이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 창출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회서비스는 가장 늘릴 여지가 많은 부문이기 때문에 이 부문을 빼고는 일자리 창출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민간 영역을 전부 공공이 담당할지, 민간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지가 고민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서비스공단(가칭)을 설치해 민간 시장이 맡고 있는 일자리를 직접 고용, 흡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선 기간 공약에서 제시된 방식이다. 이 경우 현재 인력을 파견하는 민간 업체 등과 경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 공단이 민간 인력을 모두 고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안으로 서비스 부문이나 업종별로 재단, 협회 등을 조직화해 일자리 질을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나 지역조합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정부 전담은 10% 미만… “공공 영역에 포함” 목소리
입력 2017-05-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