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인식 개인差… 곳곳 실랑이

입력 2017-05-25 05:00
미세먼지가 몸에 해롭다고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미세먼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이 차이를 좁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 정부는 미세먼지위원회를 설치하고, 초미세먼지 측정에도 공을 들이는 등 대책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온도차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2일 발표한 미세먼지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 1130명 가운데 “미세먼지로 건강 피해를 입었다”는 비율과 “그렇지 않다”는 비율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미세먼지 민감도가 다르다보니 생활 속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 A씨는 24일 “미세먼지 수준이 높은데 학교에선 ‘지침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며 야외운동회를 강행하려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지난 8일 운동회를 열었다. 이날 미세먼지 수치는 오전 6∼7시 기준 ㎥당 79㎍. 미세먼지 수준이 80㎍ 이상 ‘나쁨’ 수준이면 야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한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살짝 못 미친 수치다. 학교 측은 이를 근거로 오전 8시30분 운동회를 열었다.

운동회 시작 시간에는 미세먼지 수준이 80㎍ 이상인 ‘나쁨’으로 악화됐다. A씨가 이 수치를 제시하자 학교는 오전 10시30분쯤 교육청 권고를 받고서 운동회를 멈췄다.

일부 학부모는 운동회 중단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미 시작한 운동회까지 취소시킬 것 있느냐”고 핀잔하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내가 극성 학부모인 것처럼 돼버려 난감했다”고 말했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장들은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운동회를 하겠느냐’며 행사를 예정대로 밀어붙여 곤란할 때가 잦다”고 했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몸에 해롭다는 담배도 꾸준히 피우는 사람이 있듯 유해물질을 받아들이는 정도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며 “당장 병을 앓는 것처럼 불편한 게 없으면 미세먼지 문제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이들은 스스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사무직보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일용직노동자가 미세먼지에 둔감해지거나 미세먼지가 나쁜 걸 알아도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무방비로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미세먼지위 준비

시민단체는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세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전문가와 함께 일반 시민도 컨트롤타워에 참여해 실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앞선 정부처럼 산업계 의견을 반영한다며 소극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기업규제 방안도 마련하며 미세먼지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는 이를 위해 미세먼지위를 설립하기로 하고 막바지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나 관련 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형태가 확정되면 구체적인 조직, 규모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2차 초미세먼지 측정도 더 구체화할 전망이다. 2차 초미세먼지는 처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공기 중에서 질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만나 만들어지는데, 그동안은 지표로 잡히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질산화물, 황산화물은 물론 암모니아 등 다른 오염물질로 만들어지는 2차 초미세먼지까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주환 최예슬 이상헌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