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모닝 → 문생큐’ 박지원의 180도 변신

입력 2017-05-25 05:00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달라졌다. 19대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던 것과는 180도 바뀐 스탠스다. 박 전 대표는 대선 기간 오전에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해 ‘문모닝’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대선 이후부턴 “깜짝 놀라게 잘한다”고 평가하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모닝이 아니라 ‘문생큐’라는 말도 나왔다. 이런 변신을 놓고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반 허니문 기간에 건네는 덕담이라는 평부터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인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의 높은 국정지지율을 반영한 ‘칭찬 릴레이’라고 해석했다. 한 의원은 24일 “문 대통령 당선 15일밖에 지나지 않았고 지금까지 정책이 상당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야당 의원이라고 날을 세우기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국민적 기대가 높은 정권 초기에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박 전 대표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선 결과뿐 아니라 그 이후의 호남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운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5·18정신 헌법 명문화 등 문 대통령의 ‘호남 정책’은 칭찬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호남 사람들이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박 전 대표의 칭찬은 민심을 받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런 변신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대선을 지휘하며 문 대통령 공격에 앞장섰던 박 전 대표가 불과 며칠 사이에 정반대의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자숙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의당 당직자는 “전쟁에서 진 패장이 갑자기 적장을 칭송하는 모양새”라며 “침묵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칭찬은 개인 의견이고,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등 근본적 해법과 거리가 있는 정책은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치 9단’ 박 전 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포석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통화에서 “대선 때야 경쟁하는 상대이니까 문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라며 “지금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없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선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