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중국 일본 특사단을 만나 “사드(THAAD) 문제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을 좀 제대로 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중·일 등에 문재인정부의 변화된 입장을 잘 설명했다는 의미다. 또 북핵을 비롯한 남북관계와 정상회담 등에 대한 주요국 입장을 청취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에 파견했던 특사단으로부터 결과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다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정상들과 직접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할 말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그 나라들하고 정상회담도 다 가져야 하는데 회담 준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가 공백상태에 있었는데, 외교 공백을 일거에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아주 급하게 결정되고, 급하게 구성돼 급하게 출발했는데 성과가 많았던 것 같다”며 “다들 아주 큰일을 하셨다”고 격려했다.
간담회에는 미국 특사단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국 특사단인 이해찬 심재권 김태년 민주당 의원, 일본 특사단인 문희상 원혜영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박수현 대변인,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배석했다.
미국 특사단은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정상회담 일정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와 연관되는 사업의 재개 여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특사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이 북핵 문제를 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 특사단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달하면서도 중국이 문 대통령과 이른 시일 내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찬 특사는 “시 주석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의 면모에 인간적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특사단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논의 과정 등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희상 특사는 “아베 총리가 신뢰 회복을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며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가 지속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위안부 합의 등 현안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 파견에 앞서 “이제는 우리나라에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전 정부에서 결정한 중요한 외교 정책사안이 국론 수렴 과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뜻을 잘 전달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사단은 각국 정상과 만나 이런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사드·위안부, 우리가 할 말을 좀 제대로 했다”
입력 2017-05-24 17:55 수정 2017-05-24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