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령 연장은 물론 계엄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혀 반군 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철권통치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4일 러시아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길에 오르면서 “테러리스트들을 가혹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고 필리핀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계엄령을 경험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의 독재자였던 마르코스는 1972년 장기 집권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반군을 진압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한 달 안에 끝난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반군을 소탕할 때까지 계엄령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필리핀 헌법상 계엄령은 처음 60일간 발동할 수 있으며 의회 승인을 얻어 연장할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귀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IS의 위협이 계속될 경우 중부 비사야스섬, 북부 루손섬 등 필리핀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 IS를 추종하는 반군 단체 마우테가 필리핀 남부의 마라위시를 사실상 점령했다는 보고를 받고 민다나오섬 전체에 60일간 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방러 중이던 그는 일정을 단축하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필리핀군이 이날 테러 용의자 스니론 하피론의 마라위시 거처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피론은 IS의 동남아 지역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마우테와의 교전 과정에서 군인 2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했다. 마우테 무장대원 100여명은 시청과 병원, 교도소 등을 점령하고 학교와 교회, 주택에 불을 질렀다. 교전 이후 도시 전체의 전기가 끊겼다. 필리핀 정부는 10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해 마라위시에서 마우테 소탕 작전을 벌일 계획이다. 인구 20여만명의 마라위시는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830㎞ 떨어져 있다. 민다나오섬은 남한 크기의 면적에 약 2000만명이 살고 있다. 마우테는 지난해 9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민다나오섬의 다바오시 야시장에 폭탄테러를 가해 85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글=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두테르테, 계엄령 전국 확대 시사… 반군과 전면전
입력 2017-05-24 18:54 수정 2017-05-24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