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정부몫 10%뿐인 사회서비스도 ‘늘·줄·높’해야

입력 2017-05-25 05:03

인천에 사는 A씨(43)는 3년 전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벌써 두 번째 어린이집이지만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첫 번째 어린이집은 규모가 작은 가정어린이집이라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높았다. 원아 2명이 그만두자 사정이 급격히 어려워질 정도였다. 지금 일하는 곳은 그나마 경영 사정이 낫지만 지난해부터 종일반 강화로 근무시간이 늘었다. 평균 2시간을 더 일하는데 수당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일반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면 월 2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A씨는 흔들리고 있다.

2014년 5월에는 전남 장성의 한 노인요양병원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환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였다. 이들의 탈출을 도울 손이 턱없이 부족해 빚어진 참사였다. 정부의 수가에 의존하는 노인요양병원이다보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간병 인력을 최소화한 게 화근이었다.

보육과 간병, 장애인 돌봄 등은 대표적 사회서비스다.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복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서비스의 대부분이 민간에 떠넘겨져 있다. 사실상 방치 상태다. 이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대표 공약인 ‘81만개 공공일자리(34만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포함) 창출’이 힘을 내려면 민간에 위탁된 사회서비스를 공공화하는 등 정상화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장기요양 40만개, 보육교사 28만개, 장애인 활동보조 5만5000개, 노인 일자리 지원 41만개 등 100만개를 훌쩍 넘는다. 이 중 공공부문에서 관리하는 일자리는 10만개, 즉 10%에 못 미친다. 다만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사회서비스를 대부분 민간 사업위탁 형태로 운영해온 탓에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업체 등을 중심으로만 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지난해 기준으로 5367곳에 달한다. 일반 가정에서 이용하는 간병인이나 베이비시터 등 완전한 민간 시장의 서비스는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여기에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은 터무니없이 열악하다. 사회서비스 수요와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돌봄·복지 서비스업종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사회서비스업에서 저임금 일자리가 많다는 점은 정부가 ‘선량한 고용주’로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민간에 위탁하는 기형적 구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