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좋은 일자리 만들기 공약의 근간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서 소외된 분야 중 하나로 가사근로자가 꼽힌다. 가사근로자는 맞벌이부부가 늘고 핵가족화가 가속화하는 사회 현상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회일자리다. 간병이나 육아, 집 청소 등 가사가 이들의 주 업무다. 하지만 말로만 근로자일 뿐 최저임금이나 사회보험 등 일반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테두리 안에 이들은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가사사용인 제외’라는 문구로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 때문에 고용자가 형편이 어렵다며 임금을 체불해도 하소연하기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28.7%의 가사도우미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서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불리는 가사도우미의 현실이다.
문제는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부분이다. 24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기준 34만2992명 정도인 가사근로자 수는 4년 뒤인 2021년이면 40만7832명까지 늘어난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가사근로자(간병인·가사도우미·육아도우미)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 2011∼2015년 연평균 4.4%씩 증가했다는 점을 토대로 추계했다. 이들 중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의 개별 사회보험 지원 제도 혜택을 받는 이들은 절반이 채 안 된다. 올해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의 40.3%인 13만8337명 정도만 사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해 2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가사근로자의 유급휴가를 명문화하고 정부에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고용노동부에서 가사근로자 육성 공익기관을 지정하는 내용도 더해졌다. 고용하는 입장이나 가사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내용이지만 19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문 대통령이 사회서비스 부문을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들은 공약에서조차 배제됐다. 별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다만 예산이 관건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가사근로자 전체에 사회보험을 지원하면 5년간 1조8972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근로기준법도 외면하는 ‘가사근로자’ 지원할까
입력 2017-05-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