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이 24일 낮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10여분간 머물며 짐을 챙긴 뒤 선수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떠났다. 누구보다 높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극단적 평가가 엇갈리지만 35년여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노감독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프로세계에서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임 과정에도 소통과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 감독의 경질 과정은 상당히 볼썽사나웠다. 구단의 공식발표를 보면 김 감독이 21일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이 심사숙고 끝에 이틀 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단의 행보를 보면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구단은 23일 오후 3시 “김 감독이 먼저 사의를 표시했다”며 “사의를 받아들일지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구단은 그 시간 홈구장 더그아웃에 있는 김 감독의 의자와 탁자를 치웠다.
또 최측근인 김광수 수석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후 9시20분쯤 구단 관계자가 기자실에 들러 “내일 사의를 받아들일지 결정하겠다”고 설명했으나 불과 30분 후 “사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니 구단이 경질을 결정한 뒤 비난을 덮기 위해 시간을 끌고, 경질을 사의로 둔갑시킨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김 감독 측에 따르면 김 감독은 21일 박종훈 단장이 선수 훈련을 못하게 하자 홧김에 “이럴거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는데 구단이 이를 꼬투리 잡고 경질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훈련 중지 등 월권을 행사하며 김 감독의 퇴진을 사실상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박 단장에 대한 비판도 많다. 박 단장이 김 감독의 제자였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원로 감독의 진퇴를 모색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서툴렀다. “박 단장도 함께 물러가라”는 팬들의 주장에는 구단의 꼼수성 일처리에 대한 분노가 들어있다. 한화의 기본 정신인 ‘신용과 의리’에도 맞지 않다. 박 단장과 구단은 이에 대해 답해야 한다.
모규엽 스포츠레저부 기자 hirte@kmib.co.kr
[현장기자-모규엽] 볼썽사나웠던 ‘야신’의 경질 과정
입력 2017-05-25 05:00 수정 2017-05-25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