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책] 김회권 숭실대 교수 ‘레미제라블’

입력 2017-05-25 00:03

김회권(사진) 숭실대 교수는 한국교회에 ‘하나님나라’를 널리 전파한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땅 구석구석에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한다. 그런 김 교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은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 레미제라블(표지·Les Miserables·민음사)이다.

김 교수는 “‘레미제라블’은 사랑과 미덕이 프롤레타리아의 유혈혁명보다 더 견고하고 확실하게 역사의 진보를 가져온다는 기독교적 사상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비참하고 가난한 자들(레미제라블)에 대한 사회적 자비와 동정이 인류를 문명화시킨다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은 사회소설이라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1832년 6월 프랑스 시민혁명 실패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장발장은 은식기를 훔쳤지만 용서받는다. 위고는 용서 받은 죄인인 그가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모습을 추적한다. 김 교수는 ‘장발장이 신부에게 용서받는 모습’ ‘두려움에 떠는 코제트를 응시하는 하나님’ ‘장발장이 자베르를 구하는 것’ 등 수많은 장면에서 감동받았다고 열거했다.

그가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고교시절이다.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청소년 소설이었다. 이후 대학 때부터 3차례 전체 길이 2500쪽이 넘는 대작을 읽었다.

이 책은 그를 하나님나라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신학자에서 하나님나라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활동가로 만들어줬다. 김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자비심이 체계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실천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게 됐고 하나님나라의 왕성한 통치권 확장을 위한 여러 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책의 영향을 설명했다.

‘레미제라블’은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는 일을 아름답게 그린다. 김 교수는 “레미제라블은 인간 언어가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상상의 성채”라고 극찬했다. 이 책은 그의 기대대로 내세주의 구원론이 강한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이 하나님나라의 핵심 동력이라는 걸 일깨워줄 명작이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