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사람들에게 지진보다 더 큰 공포를 준 게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활성단층 위에 다수의 원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원전을 비롯해 발전소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발전사들이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이다. 센서와 빅데이터,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지능형 발전소로 진화했고, 안전성과 발전효율은 커졌다. ‘미세먼지’로 상징되는 환경 문제의 획기적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4.0’ 시대의 발전소의 미래상과 관련해 한국남동발전 장재원 사장은 24일 “지능형 발전소는 효율적인 설비 관리와 기술적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투자 결정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동서발전 김용진 사장은 “에너지 생산부터 이용의 효율화 등 모든 것이 정보통신기술(ICT)로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안전 그리고 효율까지
똑똑해진 발전소에 대한 기대는 높다. 설비 정비와 투자 시기를 빅데이터로 결정하고 효율 향상과 원가 절감 방안 등 획기적인 의사결정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우선 가동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고 정비·점검 등 설비이력 정보를 분석해 고장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효율적인 설비수명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설비를 신설하거나 증설하기 전엔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활용해 설비의 성능, 장애요인 등 문제점을 짚어낼 수 있다.
작업자의 안전도 지킨다.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해 도면과 각종 설비 정보 등을 받으면 최적의 정비 수행이 가능하다. 위험 지역에 접근한 작업자를 자동으로 인지해 사전 경고하기도 한다.
환경 관리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의 경우 발전소 가동 때 발생하는 분진, 황·질소산화물 등 환경 유해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전 조건을 찾아낼 수 있다.
발전효율이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늘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은 늘고 효율 높은 화력발전소 보급도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 중장기 전략’에 2024년까지 태양광 1GW 등 신재생 목표 설비용량을 현재 2.6%에서 2GW(4.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 장착 중인 발전소
한수원은 ‘에너지 4.0’ 시대에 맞춰 2013년부터 중앙연구원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구축한 조기경보 시스템은 원전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패턴 분석해 발전소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현장 운전원에게 통보한다. 지난 연말까지 280여건에 달하는 이상 징후를 감지, 조기경보로 알려 빠르게 조치했다.
내년까지 자동 예측 진단 기술까지 적용해 발전 운영 종합상황실 운영체계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첨단 로봇 기술, 가상현실(VR) 등을 결합해 사고 시 긴급조치용 원격제어 로봇도 개발 중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말 ICT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핵심은 스마트발전소다. 한국생산성본부와 스마트발전소 모델을 개발해 올해 인증 획득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발전소는 4단계로 운영된다. 1단계 모니터링·관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현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원격으로 통제한다. 2단계는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예측해 설비 등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한다. 다음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인 머신러닝 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자동 컨트롤·자율구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두산중공업, SK텔레콤, 한국GE, 한전KDN 등 국내외 분야별 전문 기업과의 협업에도 나섰다.
한국남동발전은 2020년까지 지능형 발전소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곳곳에 IoT 센서를 설치했다.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는 발전소 운행을 예측하거나 설비를 진단한다. 2014년부터 활용하고 있는 예측진단 솔루션도 있다. 과거 운전 상태를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 예측해 고장 정지 예방과 설비관리 효율을 돕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IoT와 빅데이터 기반의 발전운전 정보로 설비를 감시, 정비한다. 향후 중부발전은 모바일 화재 조기감시 시스템과 드론을 활용한 저탄장 발화감시 시스템, 발전설비 조기경보 예측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서부발전은 빅데이터 기반의 발전설비 감시 및 진단(M&D) 센터를 구축했다. 3D 모델을 활용한 가상정비 체험 시스템, 드론을 활용해 사각지역의 설비 고장도 점검하고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에너지 4.0시대] 한수원, 최첨단 기술 융합한 조기 경보 시스템 가동
입력 2017-05-2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