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4.0시대]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 “새 성장 동력 EOS, 40년 노하우·ICT로 무장”

입력 2017-05-24 18:08 수정 2017-05-24 21:36
“석탄화력발전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겁니다. 설비용량이 줄어들면 수입은 떨어지겠죠. 그러면 직원 500∼600명의 일자리가 사라져요. 대책이 필요했죠.”

한국동서발전 김용진(사진) 사장이 24일 4차 산업혁명 도입에 발 빠르게 나선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생존’이었다.

“직원들과 치열하게 토론했어요. 30∼40년간 전기를 생산하면서 쌓아 온 역량과 기술, 경험을 상품화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왕이면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하기로 했죠. 누군가 ‘그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김 사장이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ICT를 활용해 전력을 생성하고 소비를 최적화하거나 효율화하는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에너지 최적화 서비스(EOS·Energy Optimization Service)다. 화학·석유공장들이 모여 있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울산 지역에선 이미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핵심은 첨단 기술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이를 소비로 이어가자는 것이다.

“EOS는 제가 직접 작명한 건데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예로 들게요.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에 기업들이 한국전력과 일정량의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지키면 전력 사용이 많지 않은 시간대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죠. 기업은 피크시간대 ESS에 저장한 전력을 사용하면 되고요. 울산에선 1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OS 실행에 가장 필요한 기술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수천개의 센서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AI인 구글의 알파고도 고수의 기보들이 없었다면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린 발전 분야의 최고수예요. 저희가 갖고 있는 기보 즉 솔루션을 정리해 기술과 접목하자는 것이죠.”

동서발전의 구상은 빅데이터로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소비 형태를 파악해 전력 사용을 최적화해 주자는 것이다. 나아가 빅데이터로 쌓인 발전소 운영 노하우도 수출할 수 있다.

“운영 고수들은 분위기와 소리만 들어도 ‘이건 문제가 있다’를 감지해요. 수천 개 센서는 초당 수만 개의 데이터를 만들고 있죠. 센서가 모은 단순 데이터를 고수들의 운영 노하우와 결합해 알고리즘화하는 것이죠.”

이 같은 발전소의 진화는 환경보호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김 사장은 “발전 운영 최적화는 곧 발전효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탄소 절감이 가능해질 수 있다. 미세먼지를 잡는 환경설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산화력본부에서 이뤄진 인터뷰의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제 석탄화력은 퇴조 추세잖아요. 우리나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고요. 그런데 석탄을 생산하는 동남아는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어요. 환경을 해치지 않고 안전한 석탄화력발전 운용 능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 겁니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