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폭풍 드리블, 메시 후배들 농락하다… U-20 16강 확정

입력 2017-05-23 23:49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일 기니와의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뉴시스
그가 있어 국민들은 행복했다. ‘바르셀로나 보이’ 이승우(19). 그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재림 같았다. 0-0으로 맞서 있던 전반 18분 그는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아 폭풍 같은 드리블로 아르헨티나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쇄도했다. 이어 왼발로 살짝 볼을 찍어 찼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아르헨티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골이었다.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탱고 축구’는 이승우 앞에서 화려함을 잃었고, 메시의 후배들은 메시를 연상시키는 이승우의 플레이에 넋을 잃었다. 이승우는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우리 청소년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광화문에는 다시 한번 응원의 물결이 일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전술에 변화를 주겠지만 공격 축구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2차전에서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가 공격 삼각편대로 출격했고 윤종규, 이진현, 이상헌, 이유현을 중원에 포진했다. 이상민, 김승우, 정태욱은 후방을 지켰고 골문 앞엔 송범근이 섰다. 한국은 공격축구로 2연승을 질주하며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공격 축구의 맞대결은 전반 중반까지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승우의 선제골이 터진 뒤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들뜨지 않고 정공법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마음이 더 급해진 아르헨티나는 총력전을 펼쳤다. 역습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기다렸던 한국의 추가골은 후반 42분에 터졌다. 3분 전 공격수 조영욱은 페널티지역에서 김승우의 롱패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기 위해 점프하다 아르헨티나 골키퍼 프랑코 페트롤리에게 반칙을 당해 쓰러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페트롤리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들것에 실려 나갔던 조영욱은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 경기장으로 복귀했다. 페널티킥 키키로 나선 백승호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는 기니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한국이 2-0으로 앞선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5분 만에 루이스 토레스에게 만회골을 내줬다. 순간적으로 토레스를 놓친 탓에 문전에서 슈팅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은 더욱 거세진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신 감독은 후반 28분 백승호를 불러들이고 기니전에서 골을 넣은 임민혁을 조커로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져 고전했다.

한국은 후반전에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또 후반 수비 집중력이 약해지는 약점도 노출했다.

한편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기니의 A조 2차전은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잉글랜드는 1승1무(승점 4), 기니는 1무1패(승점 1)가 됐다. 아르헨티나는 2패를 당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수많은 축구팬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우의를 입은 채 태극기를 흔들며 한마음 한뜻으로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모처럼 축구로 국민이 하나되는 화합의 축제였다. 팬들은 전반전부터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 백승호가 나란히 골망을 흔들자 일제히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호했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잉글랜드와의 A조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는 오는 26일과 16강전이 예정된 30일 또는 31일에도 거리응원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주=김태현 기자, 박구인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