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얘기한 文 대통령… 노무현 前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입력 2017-05-24 05:02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장남 건호씨와 나란히 묘역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해=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노무현의 꿈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우리는 이명박·박근혜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제 보혁 반목의 과거사를 끝내고 통합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기 중에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를 위해 노 전 대통령에게 한시적인 작별인사를 건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우리의 꿈을 확장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높은 국정 지지율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됐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의 개혁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개혁도 문재인의 신념이나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도 곳곳에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 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꿋꿋하게 견뎌주신 권양숙 여사님과 유족께도 위로 인사를 드린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9년 만의 정권교체 후 열린 추도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여야 지도부와 참여정부 인사들, 추모객을 포함해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5만여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글=강준구 기자, 김해=김판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