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내에서 성(性)은 ‘죄의 속성’을 지닌 세속적 주제란 이유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금기시 된 주제였다. 섹슈얼리티를 터부시하는 교회의 태도는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상황에서 기독인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성폭력과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성 담론과 섹슈얼리티 연구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책은 한국교회의 성 담론을 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해 섹슈얼리티 형성 과정에 기독교가 끼친 영향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독교 성 담론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이론 성찰과 심층면담을 했고 그 결과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기독교 페미니스트 성 담론은 20세기 중반 서구에서 일어난 성혁명으로 촉발된 섹슈얼리티 연구의 영향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섹슈얼리티에 작용하는 가부장제 권력을 비판하고 성 정의를 실현하는 여성연대의 정치적 차원을 강조한 기독교 페미니스트 성 담론은 하나님의 에로스적 측면을 재해석하고 기독교 전통의 성 정치학을 분석해 신학화한점이 새로운 공헌으로 평가된다.”(266쪽)
1부에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존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기독교의 섹슈얼리티 이해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2부에선 종교적 사회화 과정을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종교적 재화의 생산 과정에 초점을 맞춰 교회에서 성 담론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분석했다. 분석결과 담론의 특징은 금욕주의, 실용주의, 도덕주의 유형으로 구분됐다. 3부에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생산하는 성 담론이 교인들에 의해 소비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영향들을 분석했다. 4부는 연구 결과를 현대적 성상담 이론에 기반을 두고 성찰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금욕·실용·도덕주의… 금기시 됐던 기독교의 性담론 공론화
입력 2017-05-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