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어 또… 英 ‘소프트타깃’ 테러 공포 확산

입력 2017-05-23 19:06 수정 2017-05-23 23:43
22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영국이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이번 공격은 지난 3월 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승용차 테러로 5명이 숨진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했다. 영국 경찰청은 두 번째로 높은 경보 수준인 심각(severe) 단계를 유지하면서 대테러 경비를 강화해 왔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소프트타깃’ 테러까진 막지 못했다.

영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연이어 벌어진 유럽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잇따른 공격에 테러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이번 사건을 일으킨 주체와 배경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유럽발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 속에서 급증한 혐오범죄, 증오발언 등 분열된 사회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회의사당 테러범 칼리드 마수드의 경우처럼 이번 사건도 사회적 차별에 소외된 ‘외로운 늑대’가 급진 이슬람 사상에 경도돼 저지른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S가 중동 근거지에서 세력을 잃어감에 따라 일부 대원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상황도 테러 위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32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니스에서,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트럭 테러를 벌여 각각 84명과 1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선 총격 테러로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소프트타깃 테러의 공포 역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공연장, 경기장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일상적인 공간이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5년 11월 130명이 숨진 파리 연쇄 폭탄테러 당시 테러범들은 록밴드 공연장, 카페와 음식점, 축구 경기장 등에서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사건은 다음 달 8일 예정된 영국 조기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중동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을 ‘괴물’이라고 부르면 그들이 좋아할 것이기 때문에 ‘사악한 패배자’로 부르겠다”며 “테러분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은 영원히 추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