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느긋한 휴식

입력 2017-05-24 18:28
필리핀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타가이타이에 있는 타알화산. 화산 폭발로 호수가 만들어지고 다시 폭발이 일어나 그 안에 작은 분화구가 생긴 세계 유일의 화산 속 화산이다.
너처 웰니스 빌리지
소냐스 가든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마닐라의 야외수영장 전경.
어느 광고 문구처럼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였다. 몸과 마음이 쉬어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었다. 때마침 생긴 여행의 기회를 잡고 4시간을 날아 필리핀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필리핀 소도시 타가이타이 외곽의 고즈넉한 휴양지 그늘에 누워 느긋이 쉬는 중이다. 유기농 야채로 식사를 하고, 잘 가꾼 정원을 산책하고, 전신 마사지를 받고, 소설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필리핀의 매력은 세부나 보라카이 같은 익숙한 관광지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친환경 속 휴식…너처 웰니스 빌리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카비테주 타가이타이 시(市). 몸으로 느껴지는 기온이 마닐라 도심과는 달랐다. 해발 700m 구릉지대라 연평균 20∼25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현지 가이드는 “필리핀인들이 좋아하는 휴양지”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재력가, 정치인 소유라는 고급 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숙소는 타가이타이 변두리에 있는 ‘너처 웰니스 빌리지’(Nurture Wellness Village)로 잡았다. 요란하지 않고 단정해서 좋았다. 곳곳의 야자수와 선 베드, 아담한 수영장, 은은하게 흐르는 전통음악 등이 여기는 그냥 쉬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처 빌리지는 필리핀 스파 산업의 선구자란 자부심도 갖고 있다. CNN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편안한 스파 28곳’에 든 적이 있다고 한다. 식당 메뉴판처럼 다양한 수십개 코스의 테라피와 마사지가 준비돼 있었다.

너처 빌리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유기농 농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기른 각종 농작물들은 리조트 식당 재료로 공급된다. 투숙객들은 농장을 둘러보고 칼라만시, 케일, 허브 등을 즉석에서 갈아 제공하는 건강음료를 시음할 수도 있다.

타가이타이에는 관광 명소로 꼽히는 타알호수와 타알화산도 있다. 수억년 전 화산 폭발로 길이 25㎞, 폭 18㎞의 거대한 호수가 생겼고, 40년 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호수 안에 새로운 분화구가 형성된 특이한 구조다. 타알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으로,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꼽기도 했다.

정원 속 휴식…소냐스 가든

타가이타이와 인접한 알폰소 시 한적한 시골의 소냐스 가든(Sonya’s Garden)을 찾았다. 소냐 가르시아라는 정원 주인이 1998년 사적 공간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탄생한 휴양지다. 2㏊(2만㎡)에 달하는 대규모 정원과 레스토랑, 숙박시설, 기념품 가게, 스파가 함께 들어서 있다. 마닐라 사람들의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70세가 넘은 듯한 마담 소냐가 직접 찾아와 “이곳은 에어컨도, TV도, 냉장고도 없다. 자연과 함께 낭만적인 하루를 보내시라”고 소개했다.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인 셈이다. 독채로 된 숙소로 들어가는 좁은 길 주변으로 각종 꽃들이 만발했고, 고풍스럽게 정돈된 방안은 마음을 안온하게 했다. 사방으로 트인 널찍한 창문을 통해 숲속 바람이 살랑거렸다.

소냐스 가든에서도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길러낸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하루 두 세 차례 굽는다는 스페인 식 빵은 맛이 일품이었다.

이곳도 수준 높은 스파와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가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베테랑 마사지사들이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아침에는 재잘대는 새소리에 눈을 떠 섬세하게 가꾼 정원과 농장을 산책하는 것도 이 비밀의 정원이 선사하는 기쁨이다.

도심 휴식…소피텔

복작거리는 마닐라 도심에도 안식처는 있다. 마닐라 공항과 가까운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마닐라’는 마닐라에서 하나 뿐인 5성급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에 마닐라베이가 펼쳐져 있어 객실 발코니에서도 석양 무렵의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유명 휴양지의 리조트 못지않은 야외 수영장도 갖췄다.

예약을 하면 고급 스파·네일케어를 받을 수 있고 호텔 내에 상주하는 피부과 의사가 간단한 피부과 시술도 해 준다. 300가지가 넘는 요리가 제공되는 고급 레스토랑 스파이럴도 이 호텔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여행 Tip

필리핀은 크고 작은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2위의 섬나라다.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한국과는 1시간 시차가 있어 한국이 정오일 때 필리핀은 오전 11시다.

필리핀 내 전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220V지만 콘센트 모양이 11자형이라 멀티어댑터를 준비하는 게 좋다. 현지 화폐단위는 페소(PHP)이며, 1페소는 약 22∼23원(5월 기준)이다. 현지에서는 공항을 벗어나면 대부분 페소가 사용된다. 한국 국적기와 필리핀항공이 매일 인천∼마닐라 노선을 운항한다(필리핀관광청 한국사무소 02-598-2290, www.7107.co.kr).

카비테·마닐라=글·사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