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권한대행인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2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검찰 신뢰 회복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선으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는 공수처 외에도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여러 검찰개혁안이 거론되는 점을 언급한 뒤 “법무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봉 차장의 발언은 그간 공수처 신설 등을 놓고 제시되던 검찰의 선명한 입장과 비교해 한 발 물러선 태도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수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검찰은 공수처의 한계와 부작용을 조목조목 언급했었다. 당시 진술인으로 공청회에 참여한 윤웅걸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공수처는 지금 족보도 알 수 없는 남의 집 아이다. 이것을 호적에 올리겠다는 것 같은데, 우리가 수십년간 키워온 검찰이라는 친자가 있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당시 윤 부장은 “정말 친자인 검찰을 호적에 올리는 게 맞지 않겠는가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뚜렷하지 못하고 옥상옥 우려까지 있는 공수처를 신설하기보다는 검찰의 헌법상 규정을 보강하자는 제안이었다. 윤 부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 “세계적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폈다.
검찰의 ‘톤다운’은 ‘돈봉투 만찬’ 파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봉 차장은 이날 “제도적 부분과 문화적 부분 모두에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검사생활의 절반은 (수사 이외의) 정책, 기획 부문에서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검찰 신뢰가 높아지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민이 바라는 검찰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검찰’이었다”며 앞으로 서민·약자를 배려하는 검찰 운영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돈봉투 만찬’ 사건을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고발장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2월엔 “족보 없는 남의 애 호적 올리나” 강경했는데… “공수처 공부해야” 미묘하게 달라진 檢
입력 2017-05-24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