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또… 브라질 대통령 탄핵 ‘문턱’

입력 2017-05-24 05:03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상파울루의 거리에서 포르투갈어로 “테메르 아웃”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내년 12월까지 국정 운영을 계속하겠다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9개월 만에 새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전날 현지 폴하 데 상파울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퇴하지 않는다. 원한다면 강제로 끌어내려라. 물러난다면 죄가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테메르 정부의 주요 파트너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지지가 얼마나 오래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내년 12월 31일 임기 종료 때까지”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테메르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테메르 대통령이 최대 정육업체 JBS의 조슬리 바티스타 회장과 만나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금품을 주는 문제를 논의한 녹취록이 지난 18일 공개됐다. 테메르 대통령은 “녹취록이 조작돼 증거로 채택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테메르 정권을 지탱해주던 여당연합의 균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사회당(PSB)은 지난 20일 연정을 이탈하고 사퇴 압박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PSDB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연정 이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변호사협회(OAB)는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하원에 제출하고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노동자당(PT) 행사에 참석해 “테메르 대통령이 떠나기를 바란다”며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선거가 시행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