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진화된 알파고, 세계 최강 커제도 깼다

입력 2017-05-23 18:37 수정 2017-05-23 21:48
중국 바둑 기사 커제 9단이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국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신화뉴시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중국의 만리장성도 무너뜨렸다.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차전에서 세계 최강 기사인 중국의 커제(柯潔)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뒀다. 25일과 27일의 대국이 남아 있지만 커제 9단이 알파고에 역전승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대국은 인간과 구글 인공지능의 두 번째 실전 바둑 대결로 알파고는 지난해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대결해 4승 1패를 기록했다.

첫 대국에서 흑을 잡은 커제 9단은 첫 돌로 우상귀 소목을 선택했고, 알파고가 우하귀 화점으로 응수하자 커제 9단은 한동안 고민하다 좌상귀 3·3에 착수했다. 극단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포석으로 인간 사이 대결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국 초반 3·3을 선호하는 알파고에 맞서 커제 9단이 역공한 것”이라며 “커제 9단이 알파고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는 평이 나왔다.

커제 9단은 초반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신중한 바둑을 선보였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당시보다 제한시간이 3시간으로 한 시간 늘어나는 등 커제 9단에게 다소 유리한 규정이 적용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알파고는 1년 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준비를 위해 인간 기사들이 뒀던 기보를 학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혼자 바둑을 두며 ‘자기만의 수’를 연마했다. 구글이 이번 인공지능을 ‘알파고 2.0’으로 부른 이유다. 커제 9단은 대국 후 “바둑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다”며 “지난해 알파고의 바둑이 인간의 것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바둑의 신’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바둑의 미래 서밋’ 개막식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번 대국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국의 의의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 바둑 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관심 속에 치러진 이번 대국은 정작 중국인들은 볼 수 없었다. 당초 관영 CCTV, 온라인 등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었지만 중국에서 차단된 구글의 유튜브를 통해서만 중계됐다. 중국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구글의 중국 재진출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