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62·사법연수원 11기) 법원행정처장이 처장직에서 물러나 대법원 재판업무에 복귀한다.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 활동을 축소하려 했다는 ‘사법개혁 저지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이후의 일이다. 고 처장은 사태 이후 법원행정처에 대한 진상조사 등이 일단락되면 스스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던 고 처장에 대해 겸임해제 인사발령을 하고 오는 29일자로 대법원 재판부에 복귀토록 했다고 23일 밝혔다. 고 처장은 지난해 2월부터 법원행정처를 이끌며 법조일원화, 평생법관제의 정착 등에 힘써왔다. 공석이 된 법원행정처장직은 당분간 김창보(58·14기) 차장이 대행키로 했다.
고 처장의 1년여만의 퇴진은 최근 사법부의 현안인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학술행사 축소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진상조사 결과 일부 사실로 판명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발령이 대법관들의 공백에 따른 대법원 재판 지연을 우려한 결과라는 관측도 크다. 이상훈(61·10기) 전 대법관은 지난 2월 후임 대법관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했고, 이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여기에 박병대(60·12기) 대법관도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은 각계로부터 폭넓게 새 대법관 후보자들을 천거 받은 상태다. 검증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최종 임명까지는 시일이 더 걸리게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퇴진
입력 2017-05-23 19:37 수정 2017-05-23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