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둥지서 쫓겨난 野神… 한화 구단, 金 감독 전격 경질

입력 2017-05-24 05:00
한화 이글스 김성근(75·사진)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야신(野神)’이라는 별명과 함께 ‘마리한화’ 열풍을 낳으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군림했지만 혹사 논란, 제왕적 리더십 등 숱한 비난에 휩싸이며 결국 중도 퇴진이라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한화는 23일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은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팀 훈련을 하려는 김 감독에게 훈련 불허를 통보했고, 이날 김 감독이 출근하기 전 코치들을 모아 놓고 이상군 감독대행을 정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김 감독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끌었다. 엄청난 훈련량과 치밀한 작전, 빼어난 성적으로 ‘야신’이라고까지 불렸다. 이에 2014년 말 팬들의 1인 시위와 감독 청원 동영상 등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고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시즌이던 2015년 중반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끈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해 후반기부터 선수 혹사 논란을 빚으며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고,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듬해에는 구단이 전폭적인 지원을 했음에도 7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에스밀 로저스, 윌린 로사리오에게 320만 달러를 줬고, 자유계약선수(FA) 김태균과 정우람에게 각각 84억원씩 썼지만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권혁과 박정진, 송창식이 차례로 쓰러지며 김 감독은 큰 비난을 받았다. 올해도 김 감독은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쳤지만 성적은 23일 현재 9위에 그치고 있다.

야구계에선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이 선임한 박종훈 단장과 여러 차례 충돌을 빚은 게 결국 파국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김 감독에게 전권을 맡긴 구단은 그에게 1군 경기 운영만 맡도록 했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유망주를 내보내고 송은범, 조인성 등 고참급 선수를 받았지만 팀의 고령화와 2군 황폐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박 단장은 판단했다. 실제 지난달 초에는 김 감독이 2군에 있던 투수 3명을 콜업했지만 박 단장이 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해 대규모 징계가 이뤄지는 악재가 터졌다. KBO는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삼성 윤성환에게 각각 출장정지 6경기, 한화 정현석에게 5경기의 출장정지 제재를 부과했다. 특히 에이스 비야누에바는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신세가 됐다. 긴 이닝을 끌어줘야 할 주력 투수가 아예 전력에서 이탈하며 불펜 과부하로 연결돼 패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감독은 한화에서 319경기 150승166패3무, 승률 0.475를 기록했다. 1984년 OB 베어스부터 총 7개팀 감독을 맡으며 프로 통산 22시즌 2603경기 1366승 1177패 60무, 승률 0.537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 포스트시즌 진출 13회의 기록을 남겼다. 한편 한화는 프로야구계의 ‘3김’으로 불리는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모두 지휘했음에도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이 됐다. 김 감독도 한화에서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는 이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KIA 타이거즈를 맞아 8대 13으로 패배, 5연패 늪에 빠졌다. 또 다른 벤치클리어링의 당사자인 삼성도 kt에 3대 12로 대패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