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민간교류 기대… 지자체, 숙원사업 시동

입력 2017-05-23 19:44
‘무주세계태권도대회에 북한 시범단 참가 성사’ ‘남북강원도협력사업 다시 시동 준비’ ‘함경북도와의 땅끝협력 재개 기대’….

새 정부가 22일 “북한과의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지자체와 민간단체들이 기대 속에 남북교류 사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긴장 속에서도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교류의 물꼬가 다시 터질지 주목된다.

23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다음달 24일부터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2017 WTF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 주도의 시범단이 참가한다. 새 정부 들어 북한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남한에 오는 첫 사례다.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은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직위원회가 이달 초 요청한 시범단 참석을 수락했다. ITF는 이번 대회에 임원과 시범단을 포함해 모두 34명을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대회조직위원회 하성용 홍보마케팅 본부장은 “이번 ITF 시범단 무주 방문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원도도 남북강원도협력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최우선 과제는 산림 분야 협력사업이다. 강원도는 방제사업 지역을 백두산까지 확대하고 황폐화한 백두대간 산림 복구를 위한 조림사업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강원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도는 북한선수단 참여와 남북공동응원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강원도협력사업에 탄력이 예상된다”며 “사업에 필요한 예산 11억원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남북교류협력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경기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발표한 ‘남북 사회·문화·체육 교류 활성화와 접경지역 발전’에 관한 공약을 바탕으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 관계자는 “말라리아 방역 등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업들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감귤 북한 보내기’와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사업’ 등의 재개를 대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1998년부터 감귤과 당근·생활용품 등을 북한에 보내 ‘비타민C 대북 외교’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2010년 이후 멈춰야 했다. 도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관심을 보인 ‘한라에서 백두로, 남북 화해·교류 시범 사업’의 성사를 바라고 있다.

전남도는 북한의 최북단인 함경북도와의 ‘땅끝 협력’을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남도는 함북에 미역과 쌀을 보내고 산모·영유아와 불우아동 지원 등을 다시 추진하는 한편 문화와 체육 분야의 교류도 꾀할 예정이다. 특히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전남도지사 시절 ‘땅끝 협력’사업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도 한전과 협력해 북한 내 신재생에너지 자립마을 구축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 등 민간단체들이 통일부에 접수한 대북 민간교류 접촉 승인 신청이 1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들 신청을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춘천·무안=김용권 서승진 김영균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