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유전자변형식품(GMO)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기독교환경운동연구소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연세대 생태와문화융복합센터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개최한 ‘GMO에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 집담회’에서는 ‘전면 반대’와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이 나뉘었다.
반대 측은 GMO가 인체에 유해한 영항을 끼치거나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호(횡성영락교회) 목사는 “GMO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 안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고도의 인위적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GMO는 개체가 원래 갖고 있는 생물학적 정체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명대 곽호철(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인류는 그간 좋은 작물을 교배하고 재배하면서 환경과 삶의 조건을 바꿔왔다”며 “GMO는 환경과 조건을 변화시키는 일을 유전자 수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원천적 금지나 무조건적 수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한조건을 분명히 하면서 GMO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기독교 신앙적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GMO기술을 통해 맹목적 이윤 추구와 권력의 지배욕망이 드러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기독교는 빈곤국가 등 일용할 양식이 돌아가지 않는 이들을 위해 GMO가 활용될 수 있도록 자본가 기술자 권력자들을 깨우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릉원주대 전방욱(생명학) 교수도 “전미과학아카데미가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사료의 성분 및 독성 테스트, 그 사료를 섭취한 가축의 건강 상태 변화를 연구한 결과 GMO가 위험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유전자 변형 기술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 기술이 유익하게 쓰일지 여부는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이달 초부터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GMO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식용 GMO수입국 1위 국가임에도 대중의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GMO에 대한 찬반 및 표시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 의견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식용 GMO는 총 211만4000t(대두 98만2000t, 옥수수 113만2000t)이다. 대부분 식용유나 간장, 액상과당 등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GMO 표시제도를 강화하고 학교급식 등에서 GMO 식재료를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GMO 기독교적 시각은… “인위적 기술로 만든 것” 반대-“좋은 작물로 변화시켜 삶 개선” 조건부 찬성
입력 2017-05-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