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4일 이후 4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나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향후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를 통합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만 참석할 경우 보수층의 공격 빌미가 되는 동시에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고 한 대목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제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사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운명공동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행보 모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지난 10일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 모두가 노 전 대통령과 닮아 있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행보는 노 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와 맞닿아 있다. 파격적인 인사와 검찰 개혁 행보 역시 그러하다. 현재까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기까지다. 문 대통령 스스로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인정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시즌 2’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 때보다 문 대통령이 처한 국내외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발전적 계승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권과 반칙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위해 권위주의적 사회 풍토 개선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한 것처럼 국익 우선주의 정신 역시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반대로 버려야 할 것도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은 선명한 개혁에만 매몰돼 협치를 멀리했다. 우리만 정의롭다는 독선은 노무현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코드 인사와 편가르기는 노무현정부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17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통합이다. 대선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59%의 반대 세력을 끌어안는 노력이 절실하다. 일방적 추진이 아닌 소통을 통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무리한 이전 정권 흔적 지우기는 언젠가 갈등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이 아닌 문 대통령 스스로의 정치를 할 때다.
[사설] 문 대통령처럼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아주자
입력 2017-05-23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