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국내 출시 예정인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는 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원료와 흡연 방식이 기존 제품과 판이해서다. 액상 원료인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일반 담배에 들어가는 궐련을 쓴다. 20개 들이 ‘히트스틱’을 하나씩 기기에 꽂아 피우는 방식으로 불을 붙여 태우는 것만 빼고는 일반 담배와 흡연 방식이 같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궐련을 태우지 않고 열로 찌기 때문에 연기도 없고 발암물질이 적다고 광고한다.
그래도 담배는 담배다. 발암물질도 양의 차이일 뿐 포함돼 있다. 전자담배와 달리 다 피우고 나면 환경을 해치는 꽁초까지 나온다. 담배에 붙는 6종의 세금 및 부담금을 다 부과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품을 대하는 각 부처 자세는 사뭇 다르다. 꽁초에 부과하는 폐기물부담금 담당인 환경부 관계자는 “판매사에서 문의가 와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 아이코스에는 일반 담배와 동일한 갑당 24.4원의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된다. 2015년 2월 개정한 법에 ‘20개비’란 규정이 들어간 것도 주효했다. 보건복지부도 건강증진부담금 부과율을 결정했다.
반면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휘둘리는 형세다. 아이코스에 적합한 개별소비세 규정이 없다는 게 이유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는 동안 판매사는 개소세 중 가장 저렴한 파이프담배(g당 21원) 수준의 세금을 내겠다고 나섰다. 20개 들이 히트스틱에 6g의 궐련이 들어간다. 따라서 일반 담배(594원)와의 세금 차이는 468원까지 벌어졌다. 판매 이익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만 해도 담배 가격 올려 흡연을 잡겠다던 기재부는 신제품 앞에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에 쓰일 세수도 더 걷지 못하면서 3년 전 자신했던 금연 정책은 빛까지 바랠 형편이다.
세종=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
[현장기자-신준섭] “신형 전자담배稅?…” 꿀먹은 기재부
입력 2017-05-23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