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가 유일한 목표였고, 행복인줄 알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하나(25)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접고 국내 무대로 복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장하나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격 복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장하나는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 3승, 올 시즌 1승 등 통산 4승을 수확한 LPGA의 정상급 골퍼였다. 장하나가 2년 동안 쌓은 4승은 이 기간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다. 이날 현재 세계랭킹 10위에 상금순위 1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이 세계최고라는 명성보다 앞섰다. 장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한 아버지는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으실 정도로 연세가 드셨다”며 “운전도 못하셔서 버스와 택시를 타고 제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시는 어머니도 보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장하나는 부모님이 마흔을 넘겨 얻은 늦둥이 외동딸이다. 그의 부모님은 오로지 딸의 뒷바라지만을 위해 매달렸다. 아버지 장창호(66)씨는 미국에서 항상 딸과 함께 생활했다. 한국에 남은 어머니 김연숙(66)씨는 타국에서 고생하는 딸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에 건강까지 나빠졌다고 한다. 장하나는 “우승을 거둬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수백 번, 수천 번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장하나는 지난해 전인지와 연관된 공항 가방사건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미 털었다. 전인지와도 함께 경기하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부인했다. 향후 LPGA 투어 복귀에 대해선 “운동선수로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한다. 2019년까지 시드가 있음에도 그만두는 것이다. 다시 돌아간다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사실상 마음을 정리했음을 내비쳤다.
장하나가 국내에 복귀하면서 KLPGA는 반색하고 있다. 최근 전인지, 박성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KLPGA는 뚜렷한 스타부재를 겪고 있었다. KLPGA 통산 8승에 2013년 상금왕, 다승왕 출신의 장하나는 현 춘추전국시대를 정리할 절대 강자로서의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장하나 “세계 1위가 되는 것보다 가족과 있는 시간이 더 소중”
입력 2017-05-23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