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등 4대그룹 위장계열사 실태 조사

입력 2017-05-23 19:19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등 범(汎)4대그룹의 위장계열사 실태 파악에 나섰다. 공정위는 우선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에 위장계열사로 운영됐다는 내부 증언 파일 등 증거를 입수해 분석 중이다.

23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삼우종합건축이 2012∼2014년에 삼성의 위장계열사로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삼우종합건축은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서초동 삼성타운, 한남동 리움미술관 등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의 설계·감리를 도맡아 왔다. 이 때문에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공정위는 97년과 99년 삼우종합건축의 위장계열사 여부를 조사했지만 무혐의 처리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원 소유주가 삼성이라는 내용을 담은 삼우종합건축 내부자의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시하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였다.

삼우종합건축은 차명거래를 금지한 개정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4년 9월 삼성물산에 인수됐다. 위장계열사 혐의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2012∼2014년 당시 삼우종합건축이 위장계열사로 삼성으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의 조사 의뢰 6개월 만에 녹취록 입수 등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동시에 롯데 등 범4대그룹의 위장계열사 실태를 파악 중이다. 위장계열사로 판단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동일인(그룹 내 실질적 주인)은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신격호 롯데 회장을 위장계열사 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었다. 현재 삼성의 동일인은 이건희 회장이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위장계열사 조사는 총수의 검찰 수사와 연관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이 문제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던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암묵적 동의’가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